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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갈등 일촉즉발인데 檢에 공 넘기는 대법원장

"사법농단 검찰 수사 적극 협조"
전·현직 법관 소환후 첫 입장
일각 "혼란해결 의지있나" 지적
金, 잇단 영장기각 비판 여론에
"일선 법관 재판 관여못해" 해명

  • 입력 : 2018.09.13 17:51:16     수정 : 2018.09.14 09: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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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숭숭한 사법부 70돌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종영 전 대법원장, 윤관 전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 문 대통령,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선거관리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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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전·현직 법관들을 무더기로 소환하는 가운데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김명수 대법원장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내용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쳐 현재의 혼란스러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은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최근 사법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현안은 헌법이 사법부에 부여한 사명과 사법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매우 참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법부 대표로서 통렬히 반성한다"며 사죄했다.

또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25일 취임한 이후 이번 의혹과 관련해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발족시켰다. 이들이 조사하고 결과를 내놓는 과정에서 당초 진상 규명 대상이었던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또 다른 새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사법부 내 혼란은 김 대법원장 취임 후 가중되고 있다. 이날도 김 대법원장은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일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 "대법원장, 남 일인가" 비난

한 고위 법관은 이날 김 대법원장 발언에 대해 "사법부 탄생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대법원장이 현 사태를 봉합하고 내부를 통합하려는 메시지 대신 마치 남의 일 대하듯 말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이 이날 다시 "수사 협조"를 강조한 대목도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는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 현시점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이 다수 기각하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검찰이 혐의 적용도 불분명한 사안에 대해 무리한 여론전을 펼치고 이에 법원이 법리를 바탕으로 제동을 거는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마치 법원이 의도적으로 수사에 비협조적인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적극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발언의 속내가 '기각 사유가 충분한데도 여론을 의식해 영장을 발부하라는 의미'이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사법부 자체 해결을 강조한 상황에서 굳이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를 언급할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판사들도 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제기된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직접 촉구하면서도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관여하지 않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文 "사법부, 국민주권 실현 최후 보루"

문 대통령은 이날 "사법부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며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은 독재와 국가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법개혁 역사를 일일이 되돌아보면서 "군사정권 시절,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상황 아래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이 훼손된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함께 사법권의 독립을 향한 법관들의 열망 역시 결코 식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은 재심 판결 등을 통해 스스로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 왔다"며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기관이 저질렀던 범죄의 청산도 지속적으로 이뤄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1700만개 촛불이 헌법정신을 회복시켰고 그렇게 회복된 헌법을 통해 국민주권을 지켜내고 있다"며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저를 포함한 공직자 모두는 국민이 다시 세운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 서 있다"면서 국민 염원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불참

이날 행사에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윤관·최종영·이용훈 전직 대법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은 불참했다. 법원의 날은 1948년 대한민국 사법부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고,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날인 9월 13일로 2015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지정됐다.

한편 이날 인권변호사인 한승헌 변호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 1976년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무죄 판결을 선고한 고(故) 이영구 전 판사와 성희롱 문제에 관한 정책 수립에 이바지한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에게 모란장이 수여됐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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