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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세조종으로 수억 챙겼는데…과징금 0원?

  • 입력 : 2018.09.14 17:52:24     수정 : 2018.09.17 09: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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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투자자 전 모씨 형제는 '초단타' 매매를 이용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각각 수천만 원 부과받았다. 2016년 9~10월 '반기문 테마주'를 선매수한 뒤 1주의 고가 매수 주문을 평균 2~3분간 수백 회 반복하는 방식으로 총 8000만원 이상 차익을 남긴 데 대한 제재다. 전씨 형제는 금융위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이들의 차익이 온전히 부당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금융위가 개정 법률을 근거로 개인투자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다. 금융위는 법 개정으로 불공정거래행위에 이르지 않는 시세관여 등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한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형사처벌 과정이 오래 걸려 그사이 범죄수익을 빼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위법성 입증이 보다 용이한 과징금 등 행정처분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온 영향이 컸다. 그러나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제재는 실패한 셈이 됐다.

이 판결의 핵심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식 거래 방식은 주가를 왜곡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해당 종목이 테마주였다는 점 등 당시 주가에 미치는 외부 요인이 많았다"고 판단했다. 부정행위는 인정해도 이에 따른 차익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과징금 부과가 타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 검찰 "주가조작 번번이 무죄"

법원의 이런 판단은 형사사건에도 영향을 준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은 형사처벌의 가중 여부나 몰수·추징의 기준이 되는데, 이와 같은 이유로 법원이 부당이익을 '금액불상'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액불상이란 범죄수익을 국가가 한 푼도 거둬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검찰이 기소한 주가 조작 사건 중 대부분이 부당이익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고 있다.

증권범죄를 집중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시세 조종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금액불상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인원이 2014년 1명, 2015년 11명으로 집계됐다. 무죄 비율은 각각 0.7%, 3.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 금융조세조사부가 이전한 뒤인 2017년에는 21명, 2018년(2월 말 기준)에는 19명으로 무죄 비율이 각각 8.9%, 23.5%로 늘었다. 2014년부터 지난 2월까지 무죄선고 사건의 부당이익 총액은 1030억9000만원(검찰 추산)에 달한다.

◆ 시세 조종 사범 무죄선고 급증

이런 상황이면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도 재발할 수 있다. 장병권 전 홈캐스트 회장 등은 이른바 '황우석 테마주' 관련 거짓 정보를 흘려 주가를 올린 뒤 251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부당이익은 금액불상 처리했다. 2015년 허수 매수 주문 등으로 시세를 조종해 85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위지트 사건'도 비슷하다. 물론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액불상인 경우 벌금 상한액이 5억원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벌금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주가조작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을 챙겼어도 재판에서 금액불상 처리되면 최대 5억원의 벌금만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범 입장에선 오히려 남는 장사"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 "과징금 제도 무의미" 지적도

법원의 잇따른 제동에 검찰과 금융위 안팎에선 불만이 거세다.

지금과 같은 판결이 반복되면 제대로 된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 일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증권범죄 수사 전문가는 "부당이익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가조작 범죄를 근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본시장법에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라고만 모호하게 규정돼 있고 어디에도 '부당이익 산정 공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검찰과 금융위는 최근 부당이익에 대한 산정 방식을 보다 구체화해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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