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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의 레이더L] 세무조사의 절차적 적법성

  • 입력 : 2018.03.05 17:41:46     수정 : 2018.03.05 18: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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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코트(대법원)는 세무조사의 절차적 적법성과 정당성을 보다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사법부의 입장을 역사적으로 확립했습니다."

지난해 송년모임에서 한 로펌 대표가 "기자들이 정말 중요한 판례를 놓친 것 같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를 되새겼다. 그는 특히 2016년 12월 15일 대법원 3부가 선고한 2016두47659 판례를 첫손에 꼽았다. 관련 보도들은 있었지만 전문가들에겐 모두 부실해 보였다고 한다.

이 판례의 핵심은 국세기본법 81조의4 제1항("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된다")의 전향적 해석이다. 판결문은 이 조항에 대해 "법치국가 원리를 조세절차법의 영역에서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서 구체적인 법규적 효력을 가진다(8쪽)"고 천명했다. 이는 학계의 오랜 통념을 분명하게 뒤집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법 교과서 '조세법'(임승순, 박영사, 2017)은 이 조항을 "구체적인 법규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려우나…일반적인 기준이 된다고 할 것(87쪽)"이라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2019년엔 판례를 반영해 개정을 검토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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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조항이 "구체적인 법규적 효력을 가진다"는 해석과 "구체적인 법규적 효력은 없지만 일반적 기준이 된다"는 해석은 어떻게 다를까. 대표적으로 김영순 인하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논문 '조세판례회고(上): 납세자 권리보호 관점에서'를 통해 그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본 판결은 단지 일반 규정으로 보던 세무조사권 남용금지 규정을 단순한 선언적 훈시적 규정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규적 효력을 갖는 규정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67쪽)"고 밝혔다. 예전엔 "그러지 말라"는 권고였다면 이젠 "그러면 큰일 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 정권이 지난 정권에서 성장한 기업들을 손보면서 충성을 강요하던 '사정(司正) 세무조사'에 저항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한다.

2001년 2월 대형 언론사들 기획 세무조사 논란 이후 세무조사의 절차적 적법성과 정당성은 뜨거운 주제가 됐다.

점점 진화하는 탈세를 어떻게 막으라는 거냐는 납세 당국의 고민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이 예외 없이 '특별세무조사→검찰 고발→CEO 배임 횡령 형사처벌'의 도식을 악용해 온 관행은 문제다.

흔히 국가정보원·검찰·국세청을 3대 '사정기관'이라 부른다. 그러나 정권이 국세청을 사정기관으로 맘껏 부린다는 인식은 과연 옳은 걸까. 세무조사의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사법부의 결단이 근본적인 재검토의 계기를 마련했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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