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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파면 초래한 崔, 국정농단 책임"…공범 朴도 중형 전망

1심 재판부, 19개 혐의 중 17개 유죄 인정

  • 입력 : 2018.02.14 0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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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 1심 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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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13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중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기소)의 뇌물 혐의 재판도 맡고 있는 데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혐의가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향후 박 전 대통령에게도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검찰 등이 기소한 공소사실 19개 혐의 중 2개 혐의를 제외하고 모두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징역 20년 선고는 사실상 재판부로서는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 최대치 형을 선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도 "뇌물죄에 대해 대법원 양형 기준이 꾸준히 강화됐다"며 "대법원 양형 기준을 적용해도 무기징역이나 11년 이상 유기징역이 권고형"이라고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삼성전자와 롯데그룹에서 받은 140억여 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우선 삼성에서 받은 승마 지원금 중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말 세 마리 구입비 등 72억여 원을 뇌물로 봤다. 또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 출연한 것도 최씨의 뇌물수수액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SK그룹에 경영 현안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최씨가 이를 빌미로 K스포츠재단에 훈련비 등으로 89억원을 추가로 요구한 것도 뇌물로 봤다. 모두 합쳐 230억원이 넘는 액수다.

또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씨 행동도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뇌물수수 과정에서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범죄수익 발생 원인과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 사건이 '기획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그 책임을 주변인들에게 전가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역시 뇌물 액수가 최소한 최씨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판결에 대해 "변호인이 그동안 치열하게 변론하고 증거를 제시했지만 오늘 재판장 설명을 들어보면 우이송경(牛耳誦經·쇠귀에 경 읽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엄격하게 증명하라는 게 원칙인데, 그런 부분이 선고 이유나 결과에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향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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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주체를 청와대로 판단한 부분은 박 전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기업 관계자들은 재단 운영에 관여를 안 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이나 출연 기업이 재단에서 얻을 이익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단 설립 주체는 청와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기업 관계자들은 사업 타당성이나 출연 규모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도 못한 채 '박 전 대통령 관심 사항' '청와대 경제수석 지시 사항'이라는 말만 듣고 하루이틀 사이 출연을 결정해야만 했다"며 "기업으로선 각종 인허가권과 세무조사 권한을 가진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지시를 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뇌물을 제공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분명히 적시한 점은 눈길을 끈다. 재판부는 롯데 측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이라는 거액을 건넨 것은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대가를 바라고 제공한 뇌물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롯데그룹이)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월드타워 면세점이 탈락한 이후 면세점 사업권을 다시 인정받아야 했던 신 회장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하지만 정당한 경쟁으로 사업 인허가를 받거나 사업권을 얻으려는 기업을 허탈하게 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특히 "공정한 절차에 따라 (면세점 사업권 관련 절차가) 진행될 거라는 사회와 국민의 희망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요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신 회장과 롯데 측에 면죄부를 주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요구가 있었다고 (금품을 주고받은 행위를) 선처한다면 어떠한 기업이라도 경쟁을 통과하기 위한 실력을 갖추기보다는 손쉽게 뇌물 공여를 하려는 선택의 유혹에 들 것"이라며 "(그러한 행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정치·경제 권력의 최상층에 있는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 사이에서 이뤄지는 행위라면 더욱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 회장이 대통령 요구에 따라 뇌물을 공여한 건 피고인인 신 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라며 "수동적으로 (뇌물 요구에) 응한 경우라 특별 감경 요소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 씨(22)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는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이는 이 부회장 사건의 1심 재판부와 동일한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어떤 판단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또 재판부는 안종범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59)의 수첩 63권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 능력은 인정할 수 없지만 간접적인 정황 증거로서 증거 능력은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수첩은 안 전 비서관의 업무 수첩 63권으로,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수첩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말 소유권과 '안종범 수첩'에 대한 하급심 판단들이 엇갈리면서 결국 대법원에서 법리를 정리할 개연성이 크다.

[채종원 기자 / 부장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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