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L 32회] 도산제도의 역할…실패한 경영인 재도전 `기회`

  • 입력 : 2016.08.02 17:29:15     수정 : 2016.08.16 18: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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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L / 통합도산법 탄생 비화 ◆

"법조인의 기본 자세는 민법 제1편에 나오는 로마 법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d servanda)'일 겁니다. 그러다 어느 날 파산재판부에 오니 '그동안 내가 한 판결은 무엇인가' 하는 혼란이 들었습니다.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것과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 중 무엇이 더 바람직한 걸까요?"

지난 6월 18일 '도산법분야연구회' 세미나가 열린 대법원 대회의실. 올해 처음 도산 사건 재판을 맡은 한 새내기 판사가 털어놓은 고민에 선후배 판사 60여 명이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세미나는 통합도산법 10주년을 맞아 전국의 파산법관들이 지난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토론하기 위해 열렸다. 외환위기 전후 쏟아지는 사건을 처리했던 선배 판사들과 도산이라는 낯선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후배 판사들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

오세용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40·32기)은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맡은 법관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건 경제적 곤궁에 처한 채무자에게 '자신에게 적합한 도산 절차가 무엇인지' 소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외부 기관과의 연계 사업, 브로커 근절 등은 이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민호 대법원 재판연구관(45·31기)은 "회생절차에 들어온 기업의 경영자는 '회사를 망하게 한 사람' '죄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기존관리인유지제도(DIP)를 통해 재기하는 것이 부도덕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기업은 실패하기도 한다'는 엘리자베스 워런 하버드대 교수의 말처럼 기업의 실패에 대해 관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도산제도가 '국민 누구나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안전장치'라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김정만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55·18기)는 "많은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내린 결론은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라면 법원 회생절차든 금융권의 워크아웃이든 제도의 우열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자로 나선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49·20기)는 "회생제도는 프레시 스타트(Fresh start)가 근본 취지임을 잊지 말고, 그 과정에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걸러내고 공정하게 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날 토론을 끝맺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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