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L 39회] 서울회생법원 이경춘 초대원장

`빚더미 개인` 가정파탄 막고…부실기업 800곳 재기 백기사

  • 입력 : 2017.03.01 18:34:30     수정 : 2017.03.02 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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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L / 서울회생법원 출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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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서울회생법원이 출범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지 20년 만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동안 회생·파산 절차를 밟기 위해 법원을 찾는 개인과 기업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도망을 다니거나 음지로 숨는 이들이 그만큼 줄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빚을 상당 부분 탕감해주더라도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건강한 사회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39회를 맞는 법조·법률 전문 섹션 레이더L은 최근 이경춘 초대 서울회생법원장(56·사법연수원 16기)을 단독 인터뷰했다. 숱한 경제난 속에서 서민과 중소기업들 도산을 눈앞에서 지켜본 법조인의 오랜 고뇌가 엿보였다.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 빚에 시달리는 일이 오래되면 가족끼리 갈등을 겪다 결국 가정이 깨지는 지경에 이릅니다. 국민이 가정법원을 찾는 이유가 알고 보면 돈 문제, 집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회생업무를 가정법원과 연계해 서민들에게 회생·파산 절차를 통해 도울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회생법원은 다툼을 해결하는 일반적인 법원과 다릅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치유와 후견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경춘 원장은 인터뷰 내내 회생법원의 차별화된 역할을 강조했다. 회생·파산 절차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회생법원에 주어진 임무라고 했다. 그가 찾은 답은 실패해서, 혹은 운이 나빠서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재기를 돕는 것이었다.

◆ 경제난에 결국 가정 붕괴

회생법원은 가정법원과의 연계를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원장은 "가정법원이나 가정법률상담소 등에서 상담하는 과정에 도저히 혼자 힘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다면 회생법원이 돕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간의 갈등 같은 가사문제를 상담하고 조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이 된 경제 파탄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는 "돈 문제로 다투는 일반 민사재판에선 양쪽 당사자가 남남이기 때문에 '회생법원에서 해결하라'고 안내하는 것 자체가 어느 한쪽에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불공평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정법원을 찾는 사건 당사자들은 가족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다.

이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회생법원에서 회생·파산 절차를 밟으라고 안내 또는 권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은 당사자가 요구하기 전까지 나서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경우만큼은 가정법원과 논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국민의 치유·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농촌에서 먹고살기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빚에 쪼들리다 도망을 가던 상황을 '밤 봇짐 싼다'고 했다"며 "빚진 사람도 그 마음이 얼마나 서럽겠나. 채무자도 떳떳하게 빚을 갚으며 살 수 있도록 법원이 돕겠다"고 했다.

◆ "채무자 중심 제도 연구"

이 원장은 개인회생에서 채무자가 좀 더 보호받을 수 있는 회생 절차를 연구할 생각이다. 신청자 절반이 개인회생에 실패하는 이유로 지나치게 엄격한 변제 계획을 꼽았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채무자의 변제 의지를 약하게 하고, 이는 결국 채권자의 손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 중 법원 도산 절차를 이용한 이는 100명 중 15.4명(2014년 기준)에 그쳤다.

또 이 원장은 회생·파산 문제를 보다 '개인의 시각'에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중산층의 붕괴는 가족에게도 심각한 고통을 준다"며 "제도를 기계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어린 자녀를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인간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생·파산 절차를 마쳐도 돈과 직장이 없으면 소용없다"며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회생법원 판사, 파산관재인, 회생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법원이 첫 개인파산 선고를 한 지 20년이 됐다"며 "최근 소득불균형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가계부채가 1300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경기 침체에 대비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산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생법원은 수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계획이다. 이 원장은 "판사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탁상공론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경제전문가들에게 배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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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가정신 지킬 것"

회생법원은 해마다 늘어나는 기업 회생·파산 사건 때문에 올해도 경기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800곳 넘는 기업의 생사가 회생법원 손에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404곳, 파산은 390곳에 이른다. 파산부가 전문법원으로 격상된 만큼 인접한 수도권 법원 파산부 대신 회생법원을 찾는 숫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2000년대 들어 두 차례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계기업이 증가했다"며 "최근 한진해운, STX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과 같이 국제적으로도 파급력이 큰 대형 사건 신청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재기를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그들이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잃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또 그는 "기업은 당사자의 회생 가능성뿐만 아니라 변제 규모와 방법이 채권자 간에 공평한지, 재기에 필요한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기업이 사라져도 우량한 영업자산은 사회에 다시 기여할 수 있도록 재분배해야 한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가에 도움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 He is…

△1961년 전남 해남 출생 △목포고, 전남대 법학과 졸업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1987년 사법연수원 수료(16기),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 △1989~2000년 서울민사지법, 제주지법, 서울지법 동부지원, 서울고법 판사 △200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2년 수원지법 여주지원장 △2005년 법원행정처 건설국장 △2006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조정심의관 △2007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09년 대전고법 부장판사 △2010년 인천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2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겸임 △2017년 3월 서울회생법원장

[이현정 기자, 박재영 기자,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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