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L 41회] "대통령도 공무원 중 한명일 뿐…제왕적 1인권력 종언"

"세월호등 일부 소추사유 기각은 국민통합·국정안정 고려한 판단"
"수사 비협조·변호인단 막말 등 불성실 태도 판결 영향 줄 수 있다"
"전원일치로 반발 최소화해 다행"…강요와 뇌물 충돌은 논란 남겨
"여론 좇고 헌법에 눈 감은 결정…태도를 근거 삼은 건 문제

  • 입력 : 2017.03.12 22:14:33     수정 : 2017.03.13 09:46:27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 레이더L / 헌법전문가 10人이 본 헌재 결정문 의미 ◆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65) 파면을 결정하면서 국정농단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MBN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6%가 헌재 결정을 지지했다.(19세 이상 1008명 대상)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해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이라고 선언했고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 결정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헌재 결정 선고 내용 일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헌법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야 할 논쟁적인 사안이 결정문에 녹아들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법원의 형사 공판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될 사안이 탄핵 소추 사유에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매일경제는 곧바로 헌법 전문가들을 찾았다. 헌법 전공 교수들과 전직 헌법 연구관 등 10명에게 결정문의 쟁점 사안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연구는 필요하고 지속돼야 하지만 결정 자체에는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소수 의견 없는 만장일치에 대해선 "갈등과 분열을 마감하고, 국론 통합을 이루기 위한 결정"이라고 지지했다.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지원에 대해 '직권남용 및 강요'라고 지적한 것이 뇌물 혐의와 충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레이더L 41회는 탄핵 결정의 주요 쟁점에 대한 법조계·학계 전문가들 견해를 정리했다. 탄핵 결정을 보다 깊이 있고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벽과 재판관 자리에는 헌법(憲法)을 상징하는 "憲(헌)"자가 새겨져 있다. 헌재는 지난 10일 헌법 위배를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승환 기자]

◆ 파면 결정 지지

박근혜 전 대통령(65) 파면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 없는 지지와 환영을 나타냈다.

이석연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입헌민주주의에 입각한 법치주의 국가임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이번 결정은 세계 헌정사에도 드물게 기록될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교수도 "온 국민이 걱정과 기대를 가지고 결정을 기다렸다. 민주 헌정이 회복되는 계기가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방승주 교수는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했다. 정주백 교수는 "(대통령을) 왕처럼 생각하는 관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데 대통령도 공무원 중 한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된 사건"이라고 독특하게 해석했다. 이종수 교수는 "헌재가 신중한 판단을 했다"며 "(일부 소추 사유를 기각한 점은) 향후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할 빌미를 차단함으로써 국정 안정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희범 변호사는 결정문의 구조를 거론하며 "헌재 결정문 20~50쪽까지 전부 증거 조사에 따른 사실 인정이었는데 이걸 토대로 하면 판단에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증거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대통령 본인에 대한 수사 자료가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결정문의 논리를 평가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며 "결정문이 논리적으로 잘 정리됐고 논란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소추 사유는 과감히 기각했다"고 밝혔다. 홍완식 교수는 "그동안 원했던 시기와 내용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늦어졌다면 갈등과 대립이 격해졌을 것이고 이보다 일찍 결정하는 것도 무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인호 교수는 "한마디로 여론에 귀를 열고 헌법에 눈을 닫은 '눈먼 결정'"이라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 "전원일치는 국론 통합 메시지"

헌재가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을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 통합을 염두에 둔 '현명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정치권에 통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본다. 이념 대결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데 헌법의 가치가 이념 대결에 우선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복의 빌미를 원천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임지봉 교수는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며 "기각 소수의견이 나왔다면 이를 빌미로 대통령 지지 세력들이 계속 헌재 결정에 시비를 걸고 승복할 수 없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백 교수도 "판결이 갈렸다면 탄핵에 반대하는 쪽에서 '우리 주장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을 텐데 그런 주장이 막혔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교수 역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대리인단 태도가 이 같은 일치된 결정을 가져온 촉매제가 됐다는 설명도 있다. 방승주 교수는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재판부를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대국민 선동적 발언을 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더욱 일치단결해서 의견을 밝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부연했다.

이념이나 가치관을 초월해 어느 누구나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견해도 많았다. 노희범 변호사는 "8대0 인용은 당연한 결과다. 재판관 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쟁점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종수 교수도 "증거수집이 제한됐는데도 이 정도의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돼 어느 재판관도 달리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대응 태도 지적은 꾸짖음"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대응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은 탄핵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일부 다른 의견도 있었다. 김종철 교수는 "공직을 파면시키는 제도는 처벌의 측면도 있지만 계속 수행하게 될 때 공익적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통령도 형사사법 절차와 탄핵 절차에 도전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본 것"이라고 평했다.

노희범 변호사도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된 언행도 충분히 헌법·법률 준수 가능성을 평가하는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석연 변호사도 "헌재가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신임 의무를 위반한 것을 강하게 지적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임지봉 교수도 "탄핵소추 이전 행위뿐만 아니라 이후 말 바꾸기 등도 재판관 심증 형성에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무작정 부인하는 태도가 소추 사유와 관련된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근거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뉘우치지 않았고 수사에도 불응했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며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반성 정도나 태도를 참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정주백 교수도 "노동사건 징계 절차를 봐도 징계 대상자의 태도가 양형 사유로 허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이인호 교수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었다. 만약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변호를 했다면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받았을 수 있다"며 "범죄자라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파면 사유로 본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종수 교수는 "스스로 수사받겠다는 약속을 어긴 점을 방어권 행사의 차원을 넘어섰다고 본 것"이라며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후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은 점을 꾸짖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 직권남용 강요는 다양한 해석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돕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지원한 것이 직권남용이자 강요라는 판단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양했다. 헌재는 형사적 판단을 하지 않았고 헌재의 판단과 형사적 판단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에게 적용한 뇌물 혐의와 충돌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석연 변호사는 "형사재판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헌재는 뇌물죄를 재판하는 곳이 아니고 헌재도 그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김종철 교수도 "뇌물죄나 직권남용의 요건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공권력 남용 차원에서 쉽게 합의할 수 있고, 국민 상식에서 누구나 인정한 부분에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승주 교수는 "헌재는 뇌물죄 성립 여부는 다루지 않았다"며 "재판도 진행 중이라 미리 다룰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희범 변호사는 "삼성 측 변호인이 헌재 결정을 증거로 제출해 기업이 재산권 침해의 피해자라 주장할 수는 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특검이 제출한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수 교수도 "특검이 수사한 삼성 뇌물 혐의는 추후 형사재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한상희 교수는 더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헌재가 (기업이 강요 피해자인지 뇌물공여자인지) 의식하지는 않았겠지만 오히려 정경유착과 헌법 침해 문제를 명확히 지적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주백 교수는 "강요죄 중심으로 (탄핵 사유를) 설명했는데 강요죄와 뇌물죄는 동시에 적용할 수 없다"며 "강요죄가 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뇌물이든 강요든 어쨌든 대통령이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법리적인 정리를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홍완식 교수는 "삼성 등의 (뇌물사건) 재판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형사재판은 다른 절차이고 아직 수사가 다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도 "(뇌물죄 성립 여부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통해 밝힐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인호 교수는 "형사적으로 강요죄가 성립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아직 형사재판에서 범죄 행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 위반 사유가 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윤진 기자, 조성호 기자, 정주원 기자,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법조인

이미지
  • 문무일(文武一)
  • 검찰총장(대검찰청 검찰총장)
  • 사법연수원 18기
  • 고려대학교
  • 광주제일고등학교
  • 자세히 보기

법조인 검색

안내 아이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