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탄핵 인용, 그 이후

  • 입력 : 2017.03.13 17:48:18     수정 : 2017.03.14 09: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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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65) 탄핵을 선고한 게 오전 11시 21분이었다. 애초 주문 낭독이 1시간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3분의 1 남짓이었다.

짧았지만 그 울림은 컸다.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박정희 시대 유산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듯했다.

선고문 어디에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나 강요, 뇌물수수 등 박 전 대통령의 '혐의명'은 없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있는지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게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판단만 있었을 뿐이다.

선고가 끝난 뒤에야 "헌법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라는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이 지난 3번의 준비 절차와 17번의 변론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 얘기였다. 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가 아니었다.

탄핵이 인용됐다는 것은 이제 비로소 '피의자 박근혜'의 유무죄를 물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하고, 최순실 씨 이권 개입에 도움을 줘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까지만 인정했다. 또 증거가 없으면 무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정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들은 헌법재판이 건드리지 못한 영역에 있다. 헌재가 지적했듯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의 대면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까지 숨기려 한 진실이 빠져 있다. 그가 뇌물수수 공모자인지, 기업에 재단 출연의 대가를 약속했는지,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에 협조하지 않는 공무원의 사직서를 수리하라고 했는지 등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을 민간인 신분으로 돌려놓고, 헌법 제1조 국민주권주의를 국민의 품에 돌려줌으로써 그 역할을 다했다.

이제는 헌재가 읽은 21분짜리 선고문, 89쪽짜리 결정문의 여백을 검찰과 특검, 법원이 채울 차례다. 광장의 촛불이 승리에 취한다면 의혹은 영원히 의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 파면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절차의 시작이다.

[사회부 = 김윤진 기자 kimyj031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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