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성의 레이더L] 헌법 앞 모든 시민의 목숨은 평등하다

  • 입력 : 2017.03.13 17:57:49     수정 : 2017.03.16 17: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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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65)을 파면한 뒤 그를 지지하던 노인 세 명이 거리 시위 도중 숨졌다. 다음날 그들의 죽음에 관심을 가진 신문은 많지 않았다. 대서특필도 없었고 속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위에서 속절없이 세 명이나 숨진 건 비극이다. 비정상적인 음모론이 잦아든 게 그나마 다행일까. 시위 군중이 숨질 때면 쏟아지던 익숙한 반발은 나타나지 않았다. 빈소 분위기나 비통한 가족들의 심정을 전하는 기사도 찾기 어려웠다. 그들의 죽음이 큰 뉴스가 못 되기 때문일 거다. 혹시 그들이 섰던 진영이 대통령 파면에 감동하는 자리가 아니어서일까.

그들은 나와 달랐을 거다. 내가 한 번도 품은 적 없는 지향과 태도로 살아 왔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처럼 이 어지러운 시대를 견디는 평범한 시민들이었을 거라 믿는다. 혹은 누구보다 혹독한 가난과 성장기를 겪으며 쌓은 두터운 경험과 연륜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었을지 모른다. 더 나은 세상도 꿈꿔 봤을 거다. 인생을 살며 값진 기회보다는 계속되는 좌절과 무관심에 빠져 있던 시간이 더 많았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원망과 분노를 풀 만한 마땅하고 세련된 수단을 갖지 못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들의 명복을 빌자마자 걱정이 앞선다. 비극이 반복될까 두렵다. 파면된 대통령이 법정 투쟁을 모색하건 정치로 재기를 작심하건 뻔한 작태다. 그러나 그의 집 앞에서 울부짖던 사람들은 눈에 밟힌다. 또 다칠까 걱정이다. 누구라도 그들을 방패 삼아 앞세우려는 건 아닐까. 그들 주위엔 점점 나빠지는 위정자들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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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도 똑같이 우려스럽다. 한 유력 대권 주자는 "수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검찰을 압박한다. 사실 압박은 벌써 있었다. 특별검사 활동 뒤 검찰 수뇌부를 닦아세우는 특검발 보도가 이어졌다. 그 보도들은 '너희가 잘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놀림 같았고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으름장 같았다.

검찰은 이번에도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고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그러나 수사의 시점과 세기를 고르는 논리는 언제나 검찰의 몫이자 재능이다. 파면된 대통령 걱정하자는 게 아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또 억울하게 다칠 수 있다. 최선은 항상 힘들지만 그래도 다시 기대를 건다.

검찰이 대세와 정치에 편승하면 대가는 냉정할 거다. 검찰도 헌법기관이다. 모든 시민의 목숨과 권리는 헌법 앞에 같다. 헌재의 선언처럼 지금 어디에 선 그 누구도 '대통령을 파면해서 얻은 압도적인 헌법적 이익'으로 보호해야 한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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