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환출자 규제의 올바른 방향

  • 입력 : 2017.03.17 16:34:07     수정 : 2017.03.17 16:34:4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이 정당하고 합법적이었는지 여부가 회자되고 있다. 당시 경쟁당국의 판단 결과가 옳았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 중이다. 대기업집단의 지배권 강화 수단을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대부분 국가들이 순환출자와 그 극단적 형태라 할 상호출자, 또 다중의결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주 1의결권 제도만 시행 중이고, 재벌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를 금지하는 한편, 순환출자 역시 법을 통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소수 지분 보유 총수 일가의 비정상적인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 고리, 즉 '순환출자회사집단'은 통상 적게는 몇 개, 많게는 10개가 넘는 형태로 구성된다. 공정거래법은 각 출자고리를 개개의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상호 중첩되거나 전혀 별개인 고리들 전체를 하나의 출자고리로만 볼 경우 계열사 간 복잡한 지분 연결 구조하에서 도대체 어느 경우가 금지 대상인 자본거래며 어느 것은 아닌지 판단이 어렵고, 결국 적정한 규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규제의 예외 사유도 존재한다. '동일한' 출자고리 내에 소속된 계열사 간의 합병이 그것이다. 순환출자 규제의 목적이 출자고리 '확장'을 억제하는 것인 만큼, 그 반대인 '축소'의 경우, 즉 고리의 숫자가 감소한다든지 동일 고리 내 계열사 수가 줄어들어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합병되는 두 회사가 어느 하나의 동일 고리에 '함께' 속해만 있다면, 그 회사들이 각각 별개의 고리 내지 중첩된 고리에 따로 편입되어 있다 해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물론 거기에는 다시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특히 상호 중첩된 출자고리들이 합병을 통해 압축되는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현상인데, 존속회사와 소멸회사가 각기 따로 속해 있던 출자고리들의 계열사 가운데 합병에 따른 지분 집중으로 인해 존속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회사가 생긴다면, 그 회사는 지배력이 강화된 만큼의 지분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순환출자 규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계열사 간 '추가출자 금지'를 합병 시 지분 처분의무 부여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배력이 강화된 계열사가 기존에 존속회사와 소멸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면 도대체 어느 쪽 지분을 정리해야 할까. 이번에 특검의 조사 대상이 되었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세계적으로 워낙 전례가 없는 이슈지만 해결방안으로 세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소멸회사에 대한 기존 지분을 강화된 지분으로 보는 것, 둘째는 존속회사와 소멸회사에 각 출자된 지분 가운데 더 많은 규모의 지분을 강화 지분으로 간주하는 것, 셋째는 존속회사가 속해 있지 않던 바깥쪽 고리 계열사의 기존 보유 지분을 강화 지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기업에 가장 불리한 두 번째 방안을 택했는데, 어느 방식에 따르든 동일 고리 내 계열사 간의 합병은 출자고리의 확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합병 결과 지배력이 '강화'된 지분만을 의무적 처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사상 처음 있는 사안이라 업무 처리에 혼선은 있었지만, 공정위 판단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순환출자 엄격 규제는 한편으로는 필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민감한 주제임에 틀림없다. 국회와 차기 정부의 입법 보완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요체는 '합리적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 계열사 간의 자본거래는 엄중한 감독이 필요하지만,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그대로 꼼짝 마' 식으로 자본거래를 아예 봉쇄해 버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공정(公正)한 경제이지 공멸(共滅)의 경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용석 전 공정위 상임위원·법무법인 유한 바른 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법조인

  • 유남석(劉南碩)
  • 판사(광주고등법원 법원장)
  • 사법연수원 13기
  • 서울대학교
  • 경기고등학교

법조인 검색

안내 아이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