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변호사 사지 마세요

  • 입력 : 2017.03.29 17:44:29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소송을 해야 하는데 변호사를 사야 해요?" 인신매매도 아닌데 태연하게 사람을, 그것도 자기 인생의 중요한 일을 대리해주는 변호사를 물건처럼 사야 하는지를 묻다니. 듣는 변호사 심히 기분 나쁘다. 변호사 숫자가 아주 적었던 시절에도, 지금처럼 넘쳐나는 시절에도 여전히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변호사도 사람인지라 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의뢰인의 사건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사람 사는 이치는 다 똑같다.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변호사는 맡은 사건을 자기 일처럼 처리하는 변호사다. 소유물에 무슨 애정이 있겠는가. 소송에서 이기고 싶으면 변호사를 사지 말고 선임해라. 선임이란 선별해서 위임하라는 뜻이다. 변호사를 신중하게 고른 후에 믿고 맡기라는 말이다. 요즘 서초동 법조타운에 유행하는 '세 가지, 없다' 시리즈를 소개한다. 혹시 소송이나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첫째, 비밀은 없다. 변호사에게는 숨김없이 다 털어놓아라. 창피하다고 숨겼던 이야기를 상대방의 입을 통해 들으면 변호사 온몸에 힘이 빠진다. 끊임없이 변호사와 소통해야 한다. 당신의 속마음까지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둘째, 공짜는 없다.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무료 법률상담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여기저기 변호사 사무실을 쇼핑하듯이 돌아다니며 무료상담으로 얻은 지식으로 소송하려다 사건을 회복 불가능하게 망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도 사람인지라 무료로 하는 상담과 돈 받고 하는 상담의 질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의 물건을 그냥 집어오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 변호사의 법률지식도 공짜로 이용하면 안 된다.

셋째, 정답은 없다. 소송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돌발적인 변수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처음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승소하기 위해 매 순간 가장 적절한 대응 방법을 고민하면서 기존의 법률도 바꾸고 판례도 바꿔나간다. 그러니 변호사를 사지 말고 믿고 선임해라. 그러면 질 사건도 이길 수 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법조인

이미지
  • 김한규(金翰奎)
  •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사법연수원 36기
  • 경원대학교
  • 상문고등학교
  • 자세히 보기

법조인 검색

안내 아이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