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좌절은 삶의 양념

  • 입력 : 2017.08.11 17:25:36     수정 : 2017.08.11 17: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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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목표가 쉽게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도중에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청년들이 취업, 결혼, 집 마련에서 많은 좌절을 하고 있어서 가슴 아프다. 장년층도 해고나 사업 실패로 큰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

필자도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중학교 입시부터 재수를 했다. 집 근처 초등학교 6학년을 한 번 더 다녔는데,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내일은 장학관이 오는 날이니 학교에 오지 말거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정원 외 보결생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싶지 않아 천연덕스럽게 책가방을 둘러메고 종일 명동 일대를 배회했는데 눈물이 났다. 대학 입시도 재수를 했다. 광화문 골목 대성학원에서 보낸 1년은 참으로 길었고, 내년에는 대학을 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엄습했다.

가장 힘들었던 좌절은 사시와 행시 3차 면접에서 모두 떨어진 것이다. 필자는 사시와 행시 2차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당시 면접은 관행적으로 합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법대 2학년 때 유신 반대 시위에 참여해 유기정학을 당한 사실이 문제가 되어, 국가관이 나쁘다는 황당한 이유로 면접에서 불합격했다. 군사독재에 반대한 과거 때문에 평생 품어왔던 법조인의 꿈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망이 컸다. 미국 유학으로 활로를 열기로 마음먹고 국비유학생 시험에 합격했으나 이 역시 면접에서 탈락했다. 다행히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금을 받게 되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대한변협 협회장이 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열심히 준비해 2013년 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했으나 결선에서 역전패했다. 선거 참모들이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후보자는 의연해야 했다. 결국 재수를 거쳐 협회장에 어렵사리 당선됐다.

좌절은 교만하기 쉬운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소중한 인생의 양념이다. 중요한 것은 힘차게 다시 일어나는 용기다. 실패를 통해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고, 나의 약점과 부족함을 살피고 고치게 된다. 나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배려심과 한발 물러서서 보는 넓은 시야를 얻을 수도 있다. 성공과 승리만 있는 삶은 얼마나 따분한가.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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