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흥행과 감동 사이

  • 입력 : 2017.09.13 11:09:22     수정 : 2017.10.27 10: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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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사망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최장기 집권했던 정치인인 만큼 그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엇갈렸다.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진 것은 뮤지컬 '빌리 엘리엇'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뮤지컬의 2막 첫 곡이 "메리 크리스마스, 매기 대처"다. 경쾌한 노래는 '오 메리 크리스마스, 매기 대처! 모두 축하해, 당신 죽을 날이 가까워졌어' 하며 노골적으로 대처를 조롱하고 있다.

뮤지컬 제작진은 노래의 주인공인 대처의 죽음을 맞아 가사 그대로 불러도 되는지 고민에 빠졌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제작진은 관객에게 묻기로 했다. 결과는? 거의 만장일치로 '있는 그대로 하자'였다. 결국 영국 최장수 총리를 지낸 대처의 상중에도 그를 야유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뮤지컬은 그대로 상연되었다. 문제의 뮤지컬 '빌리 엘리엇'은 2005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막을 올린 이후 큰 성공을 거둔 인기 뮤지컬이다. 2016년 막을 내릴 때까지 웨스트엔드에서만 500만명이 넘게 보았다. 예술성을 바탕으로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 작품인 만큼 토니상과 로런스 올리비에상 등 주요한 상을 휩쓸었다.

뮤지컬은 빌리라는 한 탄광촌 소년이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따뜻한 성장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기도 하다. 대처 총리 시절의 반노조, 국유기업 민영화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탄광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처절했던 노동자의 파업과 절망 그리고 분노가 스토리 전면에 깔려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환상적인 춤은 사실적이고 우울한 스토리와 어울려 더욱 빛난다. 시대의 정서와 고민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것은 좋은 작품이 갖춰야 할 기본조건 중 하나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1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고 한다. 금년 최고의 성적이다. '1980년 광주'를 2017년의 오늘로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의미도 있고 감동도 있으면서 흥행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예술가의 로망이다.

이루기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 같은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어려운 요즘에는 더 그렇다. 뜨거운 격려가 필요하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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