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산업 육성·발전의 기본규범: 나고야의정서 이행법률 발효

  • 입력 : 2017.09.22 16:02:24     수정 : 2017.10.27 1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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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물유전자원의 주권을 인정하고, 우리나라의 생물유전자원에 대해서도 주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된 지 약 7년 만에 대한민국의 이행법률이 지난 8월 17일 발효했다.

공식적으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용 그리고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ABS법)'이라고 불린다. 의정서 자체의 모호함뿐만 아니라 운영방안에 대한 개도국과 선진국의 이견, 우리나라 정부 부처들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기나긴 갈등과 우여곡절의 산물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외국의 유용한 생물유전자원을 연구해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종자개량 등을 개발하려는 경우 제공국(원산지) 정부에 사전에 통보해 이용허가를 취득하고, 발생하는 이익을 서로 나눌 것을 강제하는 국제조약이다. 전 세계 의약품의 약 60%가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에서 생물유전자원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이면서 일반 독감에도 널리 사용되는 '타미플루'는 미국과 스위스의 제약회사가 중국의 민간 해열제로 이용되어 온 팔각회향이라는 식물을 통해 만든 것이다. 한 마디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전 발생한 것이라 제약회사는 이익공유 없이 독식을 할 수 있었다. 재주는 중국이 부리고 돈은 미국과 스위스가 챙긴 대표적인 사례다. 나고야의정서는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방지하는 국제조약인 것이다. 이제는 외국의 제약회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사전에 이용 허가를 받고 이익공유계약도 체결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는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민간에서 축적한 생물유전자원의 유용한 용도라고 할 수 있는 민간전통지식에 대해서도 주권을 인정한다. 우리나라의 한방전통지식이 대표적인 예다. 바이오상품은 민간전통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 그러나 나고야의정서는 주류사회의 전통지식이 아니라 아프리카 부시맨(bushman)과 같은 토착원주민의 전통지식만 권리로서 인정해 우리나라 한방전통지식은 제외된다고 할 수 있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브라질 등과 같이 풍부한 생물유전자원과 민간전통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앞 다투어 자국의 ABS 법을 만들어 주권행사에 들어갔다. 사전허가와 이익공유계약 없이 자국의 생물유전자원 등을 취득하거나 이용하려는 경우 바이오절도행위(bio-piracy)로 규정해 엄격한 형사적 처벌을 부과한다. 바이오절도로 발생한 모든 이익의 몰수, 특허 등 지적재산권 박탈 등 경제적 제재까지 부과한다. 자칭 세계 최대의 생물유전자원 부국이자 전통지식 보유국이라는 중국은 '블랙리스트 제도'를 만들어 위반자에 대해 향후 접근조차 금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ABS법률(안)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60% 이상이 중국의 생물유전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통계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계의 비극이다.

최근 발효한 우리나라 ABS법은 우리나라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접근허가 및 이익공유 주권을 행사하고, 외국의 생물유전자원 등에 대해서도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도 취하겠다는 대내적 그리고 대외적 의지의 천명이다. 바이오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국제조약에 왜 가입하는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는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의 산물이다. 나고야의정서 가입과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은 해당국의 국내법을 준수해야 한다. 위반하는 경우 처벌도 받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나고야의정서 가입이나 ABS 법률 제정과 상관 없이 중국의 국내법인 ABS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나고야의정서 가입이나 ABS법 제정으로 바이오산업계에 불필요한 행정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 ABS법이 바이오산업계에 요구하는 것은 제공국(원산지국)의 ABS 법률을 모르거나 무시해 부당하고 억울한 처벌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지키라는 것이다. 다만, 합법적 취득을 증명하기 위해 제공국으로부터 받은 허가증 등 사본 한 장을 우리나라 관련 기관에 제출하라는 미미한 부담뿐이다.

ABS법 발효와 시행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제 바이오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와 외국의 ABS법에 대한 인식제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을 어떻게 발전·육성할 것인가는 궁극적으로 관련 바이오기업들의 몫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박원석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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