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웰다잉과 법(法)

  • 입력 : 2017.10.26 17:58:03     수정 : 2017.10.26 18: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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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 방지법'이란 법안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으면 물려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섣불리 재산을 물려주었다가 버림받은 부모들의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더니 급기야 민법개정안까지 나왔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효 사상이 흔들리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웰다잉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성급하게 그리고 대책 없이 재산을 물려주고 효도를 하니 안하니 하면서 가슴앓이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야무지게 대책을 설계해 놓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노(老)테크도 필요하다.

상속 문제만 해도 사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2011년 도입한 유언대용신탁제도가 그 한 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노인이 재산을 신탁하고 생전에는 자신이 수익금을 받다가 사후에는 배우자, 자식 등 자기가 미리 정한 순서에 따라 수익금을 받게 할 수 있다. 중간에 수익자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불효자 방지 측면에서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그리고 끝까지 재산을 움켜쥐고 있다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치매에 걸려서 공연히 자식들 싸움만 일으키는 그런 상황도 방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늦기 전에 생각할 일은 이뿐이 아니다. 내년 2월부터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미리 자신의 입장, 즉 내가 연명치료를 원하는지 여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웰다잉이 중요한 시대다. 죽음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에 자식을 원망하면서 세상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가족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은게 인지상정 아닐까.

그러므로 나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고 필요한 준비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후 다른 건 잊어버리고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을 살자. 주위의 사람들을 좀 더 배려하고, 용서하고, 상처 속에 갇히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평안 속에서 사는 것, 그것이 곧 웰빙이자 웰다잉이다.

[이창재 변호사·전 법무부장관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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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남석(劉南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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