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늬만 자치경찰될까 우려된다

  • 입력 : 2017.11.21 17:57:53     수정 : 2017.11.21 17: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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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보다 완벽한 자치경찰제' 도입을 약속했다. 이후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았던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시행 권고안을 내놓았다. 위 권고안에서는 범죄를 그 성질에 따라 지극히 제한된 부분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되 나머지 대부분의 범죄는 국가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자치경찰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고 외국의 비슷한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요인이 되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자치경찰제란 지방자치단체가 그 관할구역에 있는 경찰행정관서의 유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조직·인사·재정 등에 관해 경찰행정 정책에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그 주민들에게 경찰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와 활동을 말한다. 자치경찰의 통상적인 모습은 한 지역 내에서 자치경찰이 일차적으로 사전적 방범활동과 사후적인 범죄 수사 등 모든 종류의 경찰 활동을 수행하고, 국가경찰은 테러나 조직범죄 등 전국적 단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에 국한하여 보충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자치경찰인 뉴욕경찰(NYPD)은 방범활동과 모든 종류의 범죄사건을 수사하는 반면 연방수사국(FBI)은 연방법 위반사건이나 기타 중대사건에 대해 보충적으로 개입해 뉴욕경찰국과 협력하여 수사를 진행할 뿐이다. 독일도 미국과 마찬가지다. 일본은 도도부현(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의 자치경찰이 모든 유형의 경찰사무를 행사한다. 이렇게 보면 제주 자치경찰대는 처음부터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여 '자치경찰'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특히 제주도처럼 자치경찰관서와 국가경찰관서가 혼재하는 형태로 구성된 경찰조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실패한 자치경찰 모델이다. 경찰개혁위원회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시행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왜 실패한 모델로 알려져 있는 제주 자치경찰을 모범으로 삼았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에 더하여 비대해진 경찰권을 제도적으로 분산시켜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경찰개혁위원회의 자치경찰제 방안은 기존의 국가경찰 조직을 기본적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자치경찰 조직을 신규로 설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경찰개혁위원회가 구상하는 자치경찰의 인력 규모가 2만~3만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현재 경찰의 총인원이 약 14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국가경찰의 인력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찰 인력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면 경찰권 분산효과가 없어 경찰권 분산이라는 자치경찰제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고 자치경찰의 소규모 인력으로는 지역 치안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기에 역부족이 되어 결국 우리나라 경찰조직 전반이 기형적인 구조를 띠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인력과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도 어렵다.

자치경찰제의 본질과 취지에 비춰 보면 우리나라의 경찰청 본청을 제외한 모든 경찰조직이 자치경찰로 되어야 한다. 특히 권고안은 자치경찰에 일반적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고 몇몇 특정 분야에 한정하여 제한된 수사권을 부여해 자치경찰제의 실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자치경찰이 지역사회 치안 유지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일반적 수사권을 비롯해 충분한 권한을 보유하도록 해야 한다.

제주 자치경찰이나 경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으로는 제대로 된 자치경찰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이며 본질적인 관점에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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